
지은이: Bernard Werber, 역자: 이세욱
출판사: 열린책들
출간일: 2001.01.30
332p
ISBN-10 : 8932903522
ISBN-13 : 9788932903521
169. 바퀴 나라에서
- 전략 -
"나를 그들의 둥지로 데려다 줄 수 없겠나? "
103호가 페로몬을 발한다.
바퀴들이 더듬이를 맞대고 의견을 나눈다.
모두가 동의한 것 같지는 않다. 늙은 바퀴가 회의 결과를 전한다.
"우리는 당신이 <엄중한 시련>을 치루고 난 후에라야 손가락들의 둥지로 안내하기로 했다."
<엄중한 시련>이라고?
바퀴들이 개미를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창고로 안내한다. 거기엔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방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는 낡은 가구, 살림 도구, 판지 등이 가득하다.
그들은 103호를 자기들이 생각하고 있는 어떤 장소로 데려간다.
"그 <엄중한 시련>이란 게 뭔가? "
<엄중한 시련>의 중요한 내용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라고 어떤 바퀴가 대답한다.
"누군가를 만난다고? 그게 누구지? 적인가? "
"그렇다. 당신보다 훨씬 더 강한 적이다."
바퀴 하나가 알쏭달쏭한 대답을 한다.
그들은 일렬로 맞붙어서 나아간다.
이윽고 바퀴들이 103호를 문제의 그 장소로 데려간다. 다리털이 헝클어진 개미가 한 마리 있다. 걸음걸이가 사나워 보이는 병정개미다. 그 개미 역시 바퀴들에 둘러싸여 있다.
103호는 더듬이를 앞으로 내밀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그 개미는 신분 페로몬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백병전에 능숙한 용병임에 틀림없다. 다리와 가슴에 위턱 공격을 받아 생긴 상처가 많다는 점이 그 사실을 말해 준다.
103 호는 이런 낯선 환경에서 소개받은 그 개미가 왜 그렇게 대뜸 적대적인 태도로 나오는지 이해할 수 가 없다. 저 자는 누구인가? 냄새도 나지 않고 오래 굶주린 초췌한 행색에 걸음걸이는 꽤나 거만하고 다리의 털을 핥지 않은 지가 이틀은 되어 보이는 저 자, 성깔 사나운 개미가 틀림없으렸다!
"저 자는 누구인가?"
103호의 반응을 궁금해 하며 그를 지켜보고 있는 바퀴들에게 그가 묻는다.
"바로 당신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한 자다."
바퀴들이 대답한다.
103 호는 의구심이 든다. 왜 저 개미는 자기를 만나기를 원했고, 그리고 지금은 왜 그에게 아무런 페로몬도 뿜지 않을까? 103호는 몇 가지 시험해 본다. 머리를 가볍게 흔드는 척하다가 갑자기 위협하는 자세로 위턱을 크게 벌려본다. 상대는 항복할까 아니면 도전에 응할까? 그가 위턱으로 전투태세를 취하기가 무섭게 상대도 마찬가지로 위턱 두 개로 싸울 자세를 취한다.
"너는 누구냐?"
대답이 없다. 그 개미가 더듬이를 바로 세운다.
"너는 여기서 뭘 하는거지? 너도 원정군인가? "
이제 결투가 불가피하다.
103호는 개미산을 쏠 자세를 하고 가슴 아래로 배를 내밀면서 좀더 강하게 위협을 한다. 상대가 103호의 개미산 주머니가 비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지는 않다.
마 주 선 개미도 똑같이 움직인다. 개미 사회의 이 두 대표자들에게 관심이 집중된 바퀴들은 꼼짝 않고 지켜보고 있다. 103호는 지금 이 시련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다. 바퀴들은 개미들의 결투를 보고 싶어하며 승자를 그들 집단으로 받아들이려 하는 것일게다.
- 중략 -
"서로에게 사격은 하지 않기로 하자."
상대의 주머니에는 틀림없이 산이 가득 들어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103호가 페로몬을 발한다.
103호는 자기 몸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개미산 주머니 바닥에 마지막으로 한 방울이 남아 있음을 느낀다. 만일 그가 재빨리 쏜다면 기습의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의 배의 근육이 힘껏 한 방울을 밀어낸다.
하 지만 상대도 거의 같은 자세로 동시에 쏘아서 개미산 두 방울은 서로 부딪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고? 사실 개미산 방울은 공중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103호는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위턱을 잔뜩 벌리고 돌격하던 103호는 단단한 것에 부딪힌다. 상대의 위턱 끝이 아주 정확히 그의 위턱 끝을 친 것이다!
103호는 숙고한다. 상대는 신속하고 끈질기며, 그가 공격하려는 순간과 공격 지점을 예상하면서 정확하게 막아낼 줄 아는 자다.
이런 상황에서의 결투는 바람직하지 않다.
103호는 바퀴들에게 돌아서서, 이 개미는 자기와 같은 불개미여서 그와 싸우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다.
"우리 둘 다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든지 하는 것이 좋다."
바 퀴들은 그 페로몬에 놀라지 않는다. 바퀴들은 103호가 결투에서 이긴 것이라고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103호는 이해할 수가 없다. 바퀴들이 그에게 설명한다. 사실 103호와 마주한 상대는 결코 없었으며 유일한 상대자는 103호 자기 자신이었다고.
103호는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바퀴들은 그가 어떤 마술 벽 앞에 있었으며, 그 마술 벽은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하는> 물질로 덮여 있다고 덧붙인다.
"그 벽은 우리 세계에 들어오는 낯선 자들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특히 그 외래자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알게 해 준다."
- 중략 -
바퀴들에 따르면, 자기 자신의 모습에 저항할 수 있는 자는 아무리 큰 동물이든 작은 동물이든 존재하지 않는다.
103호는 그의 영상과 동시에 다시 거울 앞으로 돌아온다.
- 중략 -
"자네가 스스로를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우리도 자네를 받아들이겠네. 자네가 스스로를 돕고 싶어하게 되었으니까 우리도 자네를 기꺼이 돕겠네."
늙은 바퀴가 말한다.
- 이하 생략 -
강해지라. 그리고 스스로를 받아들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