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기다림 끝이었어요
소원하고 소원하여 흰 나비로
하늘을 날았어요
쌀쌀한 하늘이었지만
바람은 상쾌하였어요
마음껏 날다 지쳐
노란 배추 꽃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날개 접고 쉬었어요
숨차 팔딱이면서도
기뻐서
눈물이 나왔어요
날아오른다는 것은 황홀한 기쁨이었어요
훨훨 날을 수 있음은 벅찬 감동이었어요
징그러운 몸뚱이로 눈물
쏟으며
까마득한 세월을
나비의 꿈을 꾸었어요
너는 나비야
풀잎이 속삭였지만 믿기지 않았어요
하늘을
나는 나비를 볼 때마다
가망 없는 노릇이라 고개를 저었어요
이 몸뚱이 어디에 저처럼 아름답고
날렵한 날개가 있을까
흉측한 모습으로 땅을 기는 슬픈 세월
날아오른다는 건
꿈같이 아득하였어요
슬퍼하는 내게 바람이 말했어요
너는 나비란다
아름다운 나비란다
정말 내가 나비라면
흉한 모습 꿈틀거리는 고통이
아름다운 날개를 갖기
위해서라면
나는 참아낼 수 있었어요
나비의 꿈을 안고
저 먼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기를 소원하며 참고 또 참았어요
오늘 환희로 날개를 달고
축복으로 날아오르니
더 바랄 것이 없어요
팔랑이는 날개로 훨훨 날을 수 있으니
지난 고통도 다 잊었어요
햇살이 따스하고 꽃잎이 부드러워
졸린 듯 눈을 감아 보았어요
꽃 향기에 취한 내게
바람이 스쳐 가며 어깨를 쳤어요
이제 나비로구나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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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 바닷 바람에 홀로 헤매일 때, 그대에게로 다가가 흰나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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